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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노 하 라 !!

[꽁트] 초 여름의 그 어느날 !!

 

시원한 빗줄기라도 왕창 쏟아졌으면 하는 기분이다. 오랜 가뭄 탓인지, 산천초목의 싱그러움도 갈증으로 인하여 빛을 잃고 초여름의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록 ! 날씨 탓만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왜이리 퇴근시간이 지루한지 ! 그 어느 날보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설 마 ! 그 사람이 . . . . . . . .! “ 점심시간 중에 우연히 만난 최주사의 말이 --아니 !, 귀띔이라고나 할까 ? --- ! 마음에 걸린다.

자네 부인 요즘 뭘 하는가 ? ” 아니 ! 뭐 별로 . . . . . . .! ”  할 소리는 뭐하지만, 잘 돌봐주게 ! ”이틀전에 자네집 근처 우마차라는 술집에 웬 젊은 사내와 들어가는걸 우연히 보았네만 ! 보통사이가 아닌 것 같에 ! “그땐, 시러베 같은 놈, 저나 잘하지 하며, 뚱딴지같은 소릴 한다고 일소에 붙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리에 자꾸 떠오르는 것은 웬일이지 ! 중매로 결혼을 한지 벌써 십오년 가까이 되었으나, 그간 이렇다할만한 흠이나 구설없이 언제나 알뜰하고 가정적이며, 살림살이에 여념이 없는 사람으로서 가정은 거개 그 사람의 소관하에 꾸려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터였다.

다만 ! 언젠가, 애들도 이만큼 성장하고 당신 봉급만 가지고는 생활하기가 쪼달리니 나도 운동삼아 모모 회사를 다녀 보겠다고 하기에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승낙하였다.

회사에 나간지가 벌써 일년여가 된다. 항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여 매월받는 보수가 적다고 떄떄로 푸념섞인 넋두리를 하곤 했는데 . . . . . . .

지금쯤 집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여 전화를 해보았다. 받지를 않는다. 지금쯤 회사에도 있을 리가 없다. 여느때와 달리 담배에 손이 자주 간다. 괜히 서성거려지고, 눈이 자주 시계에 멎는다. 요즈음 들어 화장대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그전보다, 길어진 것 같고, 화장 또한 섬세하고 그 전처럼 순수하지가 않음을 느껴본다. 또한 평소에는 적은 봉급에 자기옷은 생각지도 않고 애들 옷가지나 들먹거리며 걱정하던 사람이, 얼마전 양장을 맞추어 입은게 떠오른다.

다른 사원에 비하여 너무 초라하다 하기에 남편으로서의 자존심도 있고, 상여금도 받고하여 쾌히 승낙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귀가시간도 요즈음 들어 늦은성 싶고, 저번 달에는 실적이 좋아 봉급날에 온 가족이 외식으로 포식하였던 게 생각난다. 무언가 그 사람의 신변에 변화가 있음을 감지 해본다.

, 담배에 손이 간다. “ 이놈의 날씨는 오늘따라 왜 이리 무더운지 ! ” 세면장에서 냉수를 두컵이나 부어 넣었다.문득 미스터 송의 송별식때에 과장의 말이 떠오른다.모름지기 사십대의 우리나이에 있어, 이 세 가지만큼은 필히 유념하여야 순탄한 인생의 종말을 맞이 할것이오 ! 첫째는 자기 건강 관리요 ! 두 번째는 여자 관리요 !

우리 사십대 나이에 보편적으로 배고픔 설움과 찌들은 삶을 결혼초기에 겪고 나온 나머지 지금은 경제적 안정 기반에 들어설 때이며, 물질적 충족으로도 그리 어려운 실정이 아님을 감안 할시, 여자들의 정신적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그간 지나온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는 거지요 ! 인생의 황금기를 오로지 생활에 쪼들리면서, 시부모, 남편, 자식 뒷바라지에 다보내고, 남은건 이마에 주름살과, 시들어 물케진 두부모양 탄력과 생기를 잃은 허물어져버린 자신들의 육체의 모습에서, 인생의 회의감 내지, 억울한 감마져 느끼는 게 요즈음의 사십대이며, 가뜩이나, 유혹하는 듯한 현란한 매스컴의 대중매체들이 그녀들의 심적인 갈등을 부추기며, 저물어가는 인생이지만, 그간의 누적된 자신들의 욕구불만을 향하여 남은 인생이라도 멋지게 살아 보겠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게 우리네들의 조강지처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산 관리이지요 ! 우리나이에 이 세 가지만, 지혜와 슬기를 모아 무사히 넘긴다면, 인생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지 ! ! 우리 그러한 의미에서 건배합시다. 건배 ~~~~~ ! “

그 땐 무심코 그러려니 하고 들은 말이지만, 지금 생각하니, 과장의 말이 공자 맹자같은 성현의 말씀과 진배없다고 생각이 드는지 !

설마 , 그 사람이 그럴 리가 ! ” . . . . . . 그러고 보니 어제아침 출근 직전에 전화 벨소리에 무심코 받아보니, 딸가닥 하고 끊어버리는게 아닌가 ! 그전에도 한두 번 있었던 일로 기억은 드나, 어제 아침의 전화는 무언가 석연 찮은 기분이었다고 기억된다."김계장 ! 김계장 ! ” 어디선가 부르는 것 같에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과장이 안경너머로 지긋이 쳐다보며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소 ! ”아닙니다. ! 별로 ! . . . .”라고 어물쩡거리며 다가가니, 마치 당신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란 듯, 빙긋이 웃어보이며, “ 어제 출장 다녀온 보고서가 어찌되었오 ! ” 그러고 보니 오후에 결재를 받으려 한게 잊고 말았다. 무언가 죄나 지은 듯 얼굴이 화끈거리며, 쫓기는 듯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용의주도하고 신중하기로 이름난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빅 뉴스요 ! 빅 뉴스 !” 여느때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항시 놀란 토끼모양을 한 일명 정보 첩보원곽주사가, 한 손에 양복을 걸치고, 언제나 삐딱하게 보인 넥타이는 반쯤 풀어 젖인 체 사무실로 들어서며 내뱉는 첫 포성이었다. 개발과의 미스터 박이 드디어 줄행랑을 쳤답니다. ! ” 과내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스터 곽에게 쏠렸다. 미스터 박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와 같은 과에 근무하였다.. 무슨 내막인지는 몰라도 두 달여전에 갑자기 개발과로 인사발령이 났다.

그 뒤에 들은 말이지만, 00 과의 미스정과 잡음이 있어, 인사조치가 되었다는 말은 들은 바 있으나, 내 생각키엔 별로 문제랄 건 없었다. 다만 남의말 하기 좋아하고, 남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우리네들의 의식이 문제이면 문제였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지 오년여되는,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으로 성품이 썰썰하며 인색하지 아니하고, 항시 여유가 있음직한 젊은이로서 알고 있으나, 가정 생활은 원만치 못함을 언제인가 술자리에서 느껴본적은 기억된다.

그런데, 유부녀와 눈이 맞아 가정과 직장을 버렸다는 말에, 무언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자 혼자 바람피웠다는 말은 못 들어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금 ! 몇 시이지 ! ”앞에 있지 않습니까 ? ”내 책상 정면에 걸려 있는 시계가 오늘따라 생각나지 않는 게 무엇 때문인지 !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내 전화야 ! ”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움켜잡았다. 유주사 직원을 찾는 전화였다.

곧장, 공중전화 박스로 갔다. 항시 비어 있는 것 같은 공중전화에 00과 미스강이 누구에겐가재잘거리며 매달려 있다. 시외전화인 듯 동전 표시기에 백원이 보인다.달그락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곧 끝나겠지 하며 서성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김계장님 ! 동전 있으면 빌려주세요 ! ” 라며 미스강의 특유한 눈웃음을 치며 말하지 않는가 ! “ 제기랄 ! 오늘따라 . . . . . ” 속으로 뇌까려 보았다. 동전 세 개를 연이어 집어넣드니만, 무당 살풀이 식으로 찌꺼려 댄다.

! 니네 시어머니는 완고하시다메 ! 남편은 일찍 일찍 들어오니 ? ! 인숙이 있지 않니 ! 게가 아 ! 글쎄, 식도 올리지 않고 애를 낳았다지 뭐니 ! 음 음 ! 그래에 밑져야 본전 아니니 ! 뭐라고 ! 그럼 넌 가만히 있니 ? ! 자고로 남편과 멸치는 달달 볶을수록 제맛이 난다고 하지 않니 ! 그러엄 ! 그래 그래 ! 애 있지 않니 ! ”

!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아버지 뻘 같은 사람을 뒤에 두고, 조금도 거리낌없이 마구잡이로 내뱉는 요즈음 미쓰들의 의식구조내지, 기본적 교양에 어이가 없다.별 우라질 같은 년이라고 ! ”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거리로 두드려 패야 맛이 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 . . . . . ! 남편과 멸치는 . . . . . ! 지겹고 밥맛 떨어지는 소릴 하필이면 요때 들을 줄이야 ! 시집도 못간 삼십이 넘은 노처녀가 부끄럽기는커녕 벌써부터 남편 복아 먹을 것부터 빠삭히 알고 있으니, 당신의 신랑 인생 노선이 파란만장할것으로 느껴지니 안됐다란 생각도 든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라고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그저 기분대로라면, 미스강의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은 생각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미스 강 ! 앞에 표찰을 봐요 !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 미스 강은 들은 척 만척, 속 타는 것은 당신이지, 나는 아니야 ! ” 라는 듯 계속 조잘거린다.! 어린애 시어머니에게 맡겨 놓고 올라와 ! 지숙이 ! 성미 ! 은혜 ! 미경이랑, 내가 다 모이게 할게 ! ”

별 우라질 콩 까먹는 소릴 다하네 !동전 표시기에 겨우 오십원이 되자, 아유 ! 오래 기다리셨죠 ? 계장님 죄송해요 ! 하두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서 . . . . . . .”! 알았어요 ! ”

생각하니 자신이 멋쩍고,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용건만 간단히라는 표찰이 눈에 점멸한다. 번호를 돌렸다. 역시 받지 않는다. 그전 같으면 저녁 준비를 하며 있을 시간이었다.

시계를 보았다. 앞으로도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등줄기에 두줄기 땀이 흘러내린다. ‘우마차라는 술집 간판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최주사에게 위치나 알아둘걸 하며 후회가 난다. 회색바탕에 분홍 무늬가 새겨진 투피스를 입고 어느 놈팽이인줄은 몰라도, 다정히 들어가는 장면이며, 같이 웃고, 도란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집사람의 웃는 모습은 유달리 이뻐보인다. 결혼 하기전 웃는 모습에 반하여 결혼을 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양쪽의 보조개가 웃는 모습을 더한층 이쁨과 순수성을 가미해주기 때문이다. 사무실 전화로 다시 걸어 보았다. 신호는 가는데 응답이 없다. 초초해진다. ,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옆의 미스 진이 싫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연기를 길게 한 모금 내뱉고, 복도로 나와 세면장으로 갔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쏟아 넣었다. 잠시후 ! 갑자기 뱃속이 이상하드니만, “꾸르륵소리가 나면서 항문에 자극이 온다. 위기 일발이다. 왈칵 문을 열어 젖혔다.

어이쿠 ! 죄송합니다. ”노크를 해요 ! 노크를 . . . . 알만한 사람이 ! ”성급하였던 게 실수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우선 급한 것부터 꺼야한다. 여자 변소밖에 없다.에라 ! 모르겠다 염치 불구하고 여자 변소문을 두드려 보았다. 응답이 없다. 다행이었다. 점심 먹은게 소화가 되지 않았다. 또한 냉수를 그리도 퍼 넣었으니. . . . . .! 시원스럽게 쏟아 냈다. 갑자기 뱃속이 비어짐을 느껴본다.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망신당하기 전에 ! 그때 ! 여자 하이힐 소리가 들리며, 문 앞에서 멎는다. 갑자기 호흡이 정지 됐다. 옆칸에 노크소리가 들리며, 문여는 소리가 들린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잽싸게 빠져 나왔다. 남자용은 한칸이지만, 여자용은 두칸이다. 상식적인 것이지만, 아무튼 ! 설계자에게 고맙다란 생각이 든다. 허탈감과 휘청거림을 느끼며, 내자리로 왔다. 사십여분 남았다.

여느때 같으면, 점심후 잠시후면 퇴근시간 벨이 울려짐을 느꼈는데, 이렇게 시간이 더딤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심정이다. 이때 청내 방송이 울러 왔다. ‘ 각 실과 계장들은 다섯시 삼십분까지 회의실로 모이라는 내용이다. 부러 ! 나를 의식이나 한 듯 매사가 뒤틀린다. 유주사를 보낼까 하다 내가 가기로 했다. 이럴때일수록 체념하고 인내를 해보자 ! 가급적 침착하게 행동을 하자라고 마음속을 되뇌며 다짐해 보았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집사람의 영상이 떠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그 사람을 의심해본적도 없으려니와 의심이란 용어조차도 필요 없는 것인 양, 내 자신 믿어왔다. 외출을 확인해 본적도 없거니와, 귀가의 시간도 확인커녕, 눈 여겨 본적도 없다. 그런데 오늘에야 알고 보니, 이렇게 귀가 시간이 늦을 줄이야 ! 평소에 그 사람을 믿어온 자신이 불찰이었다고 책망하여 본다.또 한편 회사에 보내지 말아야 했을 것인대 란 생각도 든다.

경황중에 어떻게 회의를 마치었는지 층계를 타고 내려와 정문을 부리나케 빠져 나왔다. 혹시라도 누구 아는 사람을 만날까 조바심이 인다. 내집은 시 외각 변두리에 있다. 이사 다닌지 여덟 번째야 겨우 내집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때 집사람의 여보 ! 이게 우리 집 이우 ! ”라며 좋아하는 모습 . . . . .! 비교적 넓은 앞 마당의 공간을 파고 갈아서 싱싱한 채소를 재배할제, 우리집 식구들은 그저 내집이며, 내 땅 이라는 뿌듯한 마음에 싱글벙글 할 때가 엊그제 같더니만. . . . . . .! 흠이랄 건 직장과의 거리가 조금 멀다 할 뿐이지 , 그래도 썩 마음에 드는 집이다. 주변 여건이라든지 자동차 매연 냄새나, 기타 공해가 다른 곳보다는 훨씬 양호한 산 밑의 고즈넉한 위치이다.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좌석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무래도 ! 오늘 일이 꼬이는 게, 심상치 않으며, 괜히 벌 시간이라도 뺏기지 않나, 하는 염려가 들어서다. 십 여분 걸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 올 시간이 칠 분여 남았다. 하차 지점에서 십오분 정도 걸어야 집에 당도하는 거리이니, 줄잡아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 거리이다. 버스의자에 몸을 던지면 항시, 피로가 몸을 덮친다. 그래서 으레 졸고 있는 때가 많아 기사가 종점 하차요 ! ”라고, 큰소리를 듣고 나서야, 엉금엉금 승강구를 내려서곤 한다.

십분 가까이 지난성 싶은데 차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따라 결행이나 아닐는지 !짜증이 난다. 한 낮의 뜨거운 햇살보다야 못하지만, 아직까지 한 낮의 무더움의 여파가 온몸을 휘 감는다. 퇴근 시간이라선지 꽤나 시끄럽다. 이 많은 사람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 내 자신도 이들 중 한 일원이지만, 어떻게 보면, “ 이란 고달픈 것이며, 산 다는게, 엄격히 따진다면, 죽어가는 과정을 연습하고 있는게 아니냐하는 생각에 잡힌다.

갑자기, 눈의 초점이 한 지점에 멈추었다. ‘ 베이지 색에 분홍빛 무늬 몸매도 비슷한 중년 남짓 되는 부인자태에 시선을 박았다. 자세히 뜯어보니 집사람은 아니다.등줄기에 시원한 촉감이 온다. 땀방울이다.

저 만큼서 버스 한 대가 보인다. 앉아가려면, 앞쪽에 줄을 서야한다. 야만인 소리를 들어도하는 수 없다. 비집고 들어가자 ! 대부분이 학생, 젊은 사람이라 용기를 내었다.뒤 어디선가, “ 여보쇼 ! 줄서요 ! 줄을 서 ! 염치도 없이 알만한 양반이 ! ”조금 전에 보이지 않던, 나보다 몇 살 더들어 보이는 이마가 홀랑 벗어지고, 콧잔등에 간신히 안경을 걸친 오십대의 사나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친다.

멎적었다. 자신이 왜이리 초라하고 미워지는지 모르겠다. “ 내 복에 무슨 자리이냐 ? ”빨리만 가주어도 다행이다. 시내버스를 탈걸하고 후회를 해본다. 서서 가기는 매 일반인데,요금은 거의 두배나 된다.

달리는 게 꼭 중풍기 있는 노인네 걸음걸이 같다. 비행기나 고속차를 이런 때 이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갑자기 몸뚱아리가 왼쪽으로 쏠린다. 바라보니 주유소다. 대기 차량을 휘둘러보았다. 두 대나 보인다. 귀 밑가로 땀방울이 흐른다. 이미 온몸엔 땀으로 후즐근하다. 시침이 일곱시 가까이에 있다. 내려서 전화를 해볼까 망설이다, 그만두기로 했다. 이럴 때일수록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의 방책이란 걸 그간의 인생 수난에서 다소 터득했기 때문이다. 버스 한 대가 휙 ! 지나간다.

--- 시내버스다. 평소에 타고 다니는 ---- ! “ 푸우욱 ! ” 한숨을 쉬어 본다.불현듯 집사람이 원망스럽다. 종점에 도착하니 일곱시가 조금 넘었다.약간의 현기증이 난다. 발걸음을 빨리 했다. 큰길을 지나 골목 꺾어서 듬성듬성 보이는 밭이랑을 끼고 가다 보면 다섯 번째의 오붓한 한옥이 보인다. 세 번째가 내 집이다. 항시 자랑스럽게만 보여지던 내집이 오늘은 을씨년스럽게만 보여진다. 애들은 보충수업으로 저녁 늦게야 귀가를 한다. 그래서 언제나 도시락을 두 개씩이나 가져간다.

저쪽 산밑에서부터 어둠이 묻어온다. 평소답지 않게 왈칵 대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곤 곧장 현관을 향하여 내질렀다. 다른 때 같으면 으레 대문에서 현관 양쪽의 화초, 분재, 채소 등을 두루 살피며 손질 할 것을 마음에 새기는대에 잠시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그 어느 때 평소처럼

당신이~! ” 라며 집사람의 첫말에 울컥 부아가 치솟는다. 서류가방만 던져 놓고, 큰방문을 밀쳤다. 갓 들어 왔는지, 얼굴화장도 지우지 않는 얼굴이다. 후즐근한 내 모습을 보며 목욕 좀 하세요 ! ” 라고 태연자약하게 말한 그 사람이 그렇게 능청스럽게 보여 질 수가 . . . .

당신 ! 나좀 봐요 ! ” 근육이 실룩거리며 잔뜩 화가 난 내 얼굴을 보고 나서야당신 무슨 일 있었수 ? ”있었지 ! ” 거칠게 내뱉곤 당신 ! 그저께 누구하고 어딜 갔었소 ? ”그저께라니요 ? ” 어제, 그제 어느 놈하고 어딜 다녀 왔냐구 ! ”제가 누구하고 어디를 다녀와요 ? ” 뭐라고 ! 그럼 아무도 만나지 않았단 말이요 ? ”당신 요즘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거요 ? 바른대로 말해봐 ! ”당신 왜 그러세요 ? 자초지종 말씀하지 않고 ! ”아무튼 ! 먼저 그저께 어딜 다녀 왔는지, 그것부터 대 봐요 ! . . . . . . ”바른대로 말 못하겠오 ? ”  내가 누구하고 어딜 갔다왔단 말이요 ? 회사밖에 다녀온 적이 없는데 ! ”

뭐라구요 ? 이제 거짓말까지 . . . . .! 에이 ! 이런 . . . . . . .”순간적으로 내 오른손이 허공을 가르더니만, “ 철썩 하고 집사람의 빰을 내질렀다.

갑자기, 눈앞이 뿌옇다. 모든게 얼떨떨한 기분이다.집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체, -, -, 울음을 삼 키고 있다.다 앙신, 너무 해요 ! 꺼어억. . . . . 특별한 대라곤 시장 부치게 집에 들른 거 밖에 . .!

빈대떡 사오기 위해 . . . . . .! “아뿔싸 낭패다 ! 이 일을 어쩐담 !머릿속이 맑아온다. 그러니까, 그저께 저녁에 애들과 같이 저녁 야식으로 시장에서 사온 빈대떡을 데쳐서 맛있게 먹었다. 그것도 내가 일부러 부탁해서다. 내가 빈대떡을 유달리 좋아해서인지, 어쩌다가, 식탁에 올라오곤 한다.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빈대떡집에 모르는 사람끼리 같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일인걸. . . . . . .! 능청스럼기 짝이 없는 최주사의 얼굴이 스친다. 나의 못남을 질타해본다.

참담한 심정이다. 아직까지 얼얼한 이 손이 이렇게 미울수가 . . . . . . .!어둠이 발밑까지 왔다. 집사람의 흐느낌이 간간이 들려온다.오늘의 마지막 담배를 물었다. -- 낮에 초조했던 심정과는 달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적막이 엄습해온다.

오늘은 내 생애에 있어 가장 어리숙하고, 잔인한 날이었다. 콧등이 찡하게 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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