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을 쓰게 된 취지 와 의도 !!
“금송옥” 이란 소설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6,25동족상잔의 비극과 양민학살의 격변기 이후 5,6공시대의 저변에 깔린 시궁창 같은 막다른 인생을 사는 그네들의 恨 과 貧 富 가 우리시대에 어떠한 형태로 비쳐지는지를 조명하고 싶었고, 우리사회의 도덕과 윤리가 어느선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선량이라고 자처하는 위정자및 고위층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떠버리면서 막상 위급상황에선 자취를 감추는 위선자들을 발가벗겨서 구린내와 악취가 풍기는 그들의 虛 와 實 그리고 眞 과 僞를 적라라하게 까발리고 싶은 심정에서 시작한 작품이 여기까지 밖에 쓰지 못하였음.
작품의 量 역시 작자도 모르며 작업중에 막히면 그만쓰고 생각나고 잘 씌여지면 계속해나가는 졸작으로서 그냥 한마디로 내 자신에 만족하면 족 하다고 봄
1991 . 5 裸像
‘금송옥’ 이란 간판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보는사람으로하여금 쭈그러진 함석조각을 연상되게끔 보기흉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다. 60년대에나 칠한듯한 페인트는 이제 거의 찾아볼수없고 그나마 알량한 함석조각에 쓰여진 글씨마져도 ‘금’ 자와 ‘송’자의 미음과 시옷받침절반도 없어져 희끄므레하니..... 그저 보이는대로 읽는다면 ‘그놈옥’ 이라고나 할까? 더우기 간판이나 적으면 꼴불견스러감이나 적고 오가는사람들의 눈에나 덜 띌텐데 우라지게 간판만은 크게 만들어 열서너평 되는 집 전체를 전면에서 완전히 차단하여 지붕이보이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놓고 게다가 장단이나 맞추려는 듯 꾀제제한 90객 노파 이빨모양 흐늘흐늘한 목재유리문이 어쩌면 그렇게 간판하고 잘도나 어울리는지! 아무튼 간판이라도 붙어있기에 여기가 술집이나 되는가보다 하고 생각하지! 간판만 없다면 오갈대없는 거러지, 잡놈 , 깡패 , 노가다꾼 , 뜨네기 엿장사 등등 동가숙, 서가식 하는 자들의 집결지나 되듯 따닥 따닥 붙은 개딱지 같은 움막이 서너게 엉겨붙은 집이다.
그렇다고 주변이나 조용하고 깨끗하면 모르겠다. 이삼십분마다 뿌-앙 하며 지나가는 철도 건널목이 업듸면 코닿고 게넹미장승다리 (지금 0정동) 동네 사람들의 온갖 오물은 ‘금송옥’ 으로 들어가는 곧 뭉게버릴 것 같은 시멘트 다리 밑으로 악취를 내풍기며 지그재그식으로 흘러가는개울을 바로 턱밑에두고 가뜩이나 집안으로 가볼라치면 방칸수만 네개지 지붕은 하나며 담장을끼고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개딱지같은 울 속엔 똥개, 누렁이, 삽살이등, 여름 보신탕용의 온갖잡종개를 비롯해 강아지까지 포함하여 열대엿마리가 낯선사람이라도 얼씬거리면 약속이라도하듯 일제히 짖어대는게 가히 동내똥개 집결지나 되듯 지나가는사람마다 무슨일인가하고 한번씩은 쳐다볼정도로 큰길가를 께갱맹이 소리로 가득메워버리는 기가막힌 집이다. 또한 주택지에 있는것도아니고 철도옆 개울가 논 다랑지 옆에 위치한것을 보면 보나마나 하천부지나 된성싶다. 그래선지 이웃집들도 그만 그만하니 초라하고 을씨년스럽기 짝이없기는 매 일반이다.
이러한 객주집을 드나드는 사람들 역시 별볼일없다는것은 뻔한것이며 한마디로 타인의 말을빌리면 정상이아닌 사람들의 본적지라고나 할까? 멀쩡한 사람도 몇번만 드나들다보면 자신도모르게 반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되며 나중엔 상습적인 마약중독자나 되듯 아니가고는 못베기는곳이다. 그래서 대충, 주류를 이루는 이곳단골손님들의 별명을 열거한다면 개다리를 시작하여 껄떡세 , 눈지레이 , 빠삐 , 곰베팔이 , 깜찍이 , 진개미 , 칠득이 , 곰보, 꼬빵뺴이 , 깡마담 , 돌팔이기사 , 신문기자 , 꼬시랑머리 , 오장사 , 송동언니 , 기마이 , 땅달보 , 굴렁쇠 , 등등 뚜렷한 직업도 없이 빈들거리며 놀거나, 몸뚱이 어느한곳은 어장이나서 제기능을 발휘 하지못한 일종의 병신들과 물세, 수정사, 미장이오야, 깜작이, 야마모도 형사, 요양원 등 다소나마 막걸리 값 이나마있고 그런대로 뻬꼼한 작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드나든다 생각해보면 화려한 90년대에 살고있는 요즈음 술집치고는 정녕 어울리지않는 마치 깨끗이 단장된 아스팔트위를 한쪽은 구두요 다른 한쪽은 검정고무신을끌고 옷은 바라질대로 바렌 남루한 회색양복에 떼꼬작물이 줄줄 흐르는 와이셔츠를 속에 받쳐입고 바지는 무명바지인 듯 꼬기작 거려져 무릎이 툭튀어 나와 걸을때마다 바지가랭이가 짝짝이나 된 듯 한쪽은 헐렁하여 펄렁거리며 다른쪽은 째이는듯한 꼬락서니에 머리는 북더미속에서 금방나온듯한 희끄므레한 푸석머리카락에 그나마 차고 있는 시계는 50년대의 시계모양 두툼한게 먼지에 잔뜩찌들어 하루에 두 번만은 정확히맞는 막걸리 한잔값도 아니되는 물체라고나 할까? 어쨰든 동떨어진 시대에 살고있는 무풍지대의 그러한곳에 오늘도 수정사 ‘박동태’는 대낯부터 길다란 나무의자 한쪽 구석켠에 앉아 애꿏은 담배연기만 내뿜고 있다. 눈이올듯한 찌푸린 날씨와는달리 아직 술을 입에 대기엔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던지 성큼 ‘막걸리 한잔 내놓으쇼’ 라는 말이 떨어지지않고있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는(일명: 과부십장, 동낭치대장) 벌써 머릿속으로는 이미 계산이 끝나있는상태이다. 시간문제이지 막걸리세병은 기본으로 사타구니앞속곳에 부착된 돈주머니에 이미 들어간거나 다름이없다. 아니 세병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대여섯 병도 될 수 있다. 잘만 아다리 되면 새벽에 떼어논 막걸리 한짝은 점심나절안에 결판날 수 도있다고 나름대로 계산을 해보며 사타구니 앞 속곳을 넌지시 만져본다. 과부십장의 손이 사타구니에 들어가는경우는 딱 두가지 경우다. 하나는 돈을 집어넣을때와 끄집어낼 때 이며, 다른 한가지 경우는 돈주머니옆에 부착된 담배와 동전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필때다. 이 두가지경우아니고는 사타구니에 손을 집어넣는 일이없다. 그래선지 대 여섯 달된 임산부 배처럼 베시시 내밀어진배의 배꼽밑에 항시 치마(고무줄 끈)나 몸뺴는 걸쳐있다. 어쩌다가 생각이 들때는 추켜올리지만 금세 자신도모르게 흘러내리는 아래투리 옷엔 이젠 별신경도 안쓰는편이다. 그래도 처녀시절엔 그일대에서 제일 예뻤고 몸매도 물 찬 제비같았다고 은근히 자신을 추켜세운다. 아닌게아니라 젊었을적에는 ‘십이칸’ 이라는 유흥가지대에서 예닐곱명의 아가씨들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신나게 장사를 한적이 있다. 이렇다하는 남자들도 이 여자 승낙없이는 아가씨 손목한번 잡아보지 못하였을 정도였으니 그 기세와 위력은 가히 짐작할만도하다. 화류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말로가 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수가사나와 이런곳에서 과부십장 동낭치대장 소리를 들어가며 알량한 술 장사를하고 있지만 옛날의 화려하고 기고만장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며 그때의 기분을 상황에따라 몇 장면씩 펼쳐보인다. 비록 늙고 나이가들어 쇤목소리지만 목포는 항구다로부터 시작하여 찔래꽃 , 홍도야 우지마라 , 나그네설움 , 수덕사의 봄 ,신라에 달밤 등등 접속곡으로 터지기 시작하면 한창시절에 놀아났던 그녀의 활동상이 대충 짐작이 가고도 남으며 뭇놈들께나 울려겠다 라고 생각이든다.
“아씨 ! 술 한병 내놓을까요” 시간적으로나 지금의분위기 상황으로보아 과부십장은 수정사인 박동태에게 불쑥던져본다 언제나그랬듯이 수정사는 무언가 골똘이 생각하며 앉아있다가 과부십장의 돌연한선수에 역습이나 당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내놓으쇼” 라고 응대 하는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아씨‘ 라는 호칭 역시 원래 아저씨를 쾌속으로 퉁기다보니 다른사람들이 듣기엔 그대로 ’아씨‘라고 들린다. 그렇지만 여기에오는 어느사람도 이 호칭 갖이고 시시비비 왈가 왈부하는 사람은 하나도없다. 별도의 설명이나 또는 아저씨를 줄여서 하는말이라고 이야기 하지않드래도 그러려니하고 다들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과부십장은 배꼽밑에 걸쳐진 몸빼를 으씩! 한번 훔쳐대드니만, 날렵한 동작으로 냉장고 문을열고 막걸리 한병을 집어낸다. 그리고나서 그녀의 특유한 흔들기가 시작된다. 흔들기란 막걸리병의 바닥과 위의액을 고루 섞는것을 말하는대, 다른 사람들과는달리 그녀의 독특한 방법으로 섞기때문에 처음보는 사람은 누구나 얼굴을 찌푸리며 웃곤한다. 흔히 보통 다른 사람들은 병 바닥과 병 뚜껑 두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몇번 요동을 쳐 주는데 과부십장은 약간 허리를 숙인듯하고 눈은 십오도 각도로 아래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한손 내지 두손으로 병의 중간과 밑부분을 잡고 이십도 각도로 상위을 향하여 종주발이하듯 팅기며 섞는 모양세가 꼭이나 X 의 불난 장면과 어찌나 흡사한지! 어느 할머니도 그 모양을 보고 “저런 환장 할 년 좀 봐!” 라고 욕을 하면서도 비식비식 웃는게 그리 싫지 않는 표정이다. 수정사 박동태도 처음으로 보는것은 아니지만 흘긋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무튼 박동태는 언제인가 부터는 딱집어 말은못하지만 술을먹거나 또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자학증세가 발작이되면 이곳으로 오곤한다. 오는 시간도 종이없어 어느땐 새벽 한밤중에도 문을 두드리는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과부십장은 상대방이 누구인가 반드시확인하고 문을따주는데 수정사 만큼은 어느때라도 문을따준다. 이유가 있다면 수정사는 어느경우에든지 외상이란걸 한번도 해본적이 없기때문이다. 또한 수정사 역시 자기 기분에 또는 이목이나 호주머니사정으로 보드래도 , 이곳 아니고는 그 어느곳도 여기만큼 자유스럽지 못하여 괄세를 받을요소가 없기에 여기밖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과부십장이 내형평으로 본다면 고맙다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실인즉 과부십장이 없다면 수정사의 내성적 언행이나 성격이 오토바이를 집어타고 시장통 아니면 보통 그렇고그런 술집에 갈 위인이 못된다는걸 본인이 잘 알고있고, 겨우 찾아 간다는게 XX동 골짜기 산성가는길옆의 자그마한 주막집까지 가야하는데 거기는 수정사로서는 별로 마음에 없다. 주인이젊고 동내사람들이 드나들며 한쪽에선 고스톱 판이 벌어져 네깐놈 빨리 술이나 쳐먹고 돈내고 가라는 식의 접대가 영 마음에 들지않기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정반대이다. 오는사람들 거개가 수정사보다는 생활수준이나 사람 됨됨이가 모자라며 기실 중요한 것은 현찰갖은 사람이드물며 비록 돈이 있다손 치드래도 일 이천원 정도가 고작이라 막걸리 한병을 나누다보면 자기몫으로 한 두잔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선지 수정사 박동태가있으면 빨리들 돌아가지 않고 -별로 갈만한곳도 없지만- 잡다한 애기를늘어놓고 수정사눈치만 흘긋흘긋 보는듯하여 수정사는 막걸리 몇병을 더내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 토끼가 왕이라고 이곳에서 박동태는 무시못할 위인이다. 술값 외상 안하고 그렇게 인색하지 아니하며 말수적고 시비가 될만하면 사과술이라도 낼줄아는 어느정도 넉넉한 마음의여유를 소유한 인간이기때문이다. 딴은 여기에 드나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등 인생의 밑바닥 생활에 이골이 나있는 사람들로서 거기다가 날받아놓은 몇사람까지 포함되어 있어 실로 죽지못해사는 인간들인지라 수정사 박동태는 항시 이들을 보느라면 여유가 만만하고 느긋하며 우쭐거릴거야없지만 어느면으로보아도 다른 곳에서처럼 열등감을 전혀 느껴지지 않는곳이 바로 이곳이다.
박동태는 가축 인공수정사다. 시내 변두리와 한두개면의 축산농가와 낙농업자들을 상대로하는 소의인공수정이 그의본업이다. 축협의소속으로 거개가 출장이 잦은직종이나 인공수정도 전문 기술직종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종은아니다. 어려서부터 소를 사육하여 어깨너머로보고 배우고 또는 직접 소를키우며 접촉하다보니 소의생리현상이나 성깔 성장과정들을 익히 알고있던중 평소 형님과 알고지내던 모 수의사의 도움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직종이 별달라서인지 박동태의 근무시간은 종잡을 수 가 없다. 어느때는 한밤중 또는 새벽 점심시간 때가없다. 아무때라도 암소가 발정만 하게 되면 삐삐로 연락이 되어 즉시 현지에 도착 소임을 다하여야 하기때문이다. 이것도 실적이란게있어 축산농가와의 신용이없으면 다른사람을 부르기 때문에 항시 단골축산농가와 또는 낙농업자와의 유대관계가 돈독 해야한다. 시간과 경우에 따라 부수입도 좀 생기나 보편적으로 금전보다는 술만은 공짜로 매일 얻어먹는 경향이 허다하다. 아무튼 박동태는 맡은바 업무에 성실이 수행한 편이나 대낮부터 이곳에 앉아 술을 접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그 나름대로 문제가있는 그였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날씨가 금방이라도 짖눈게비를 내려쏟을기세다. 멀리서 기호는 일번 기호는 일번 . . . . 어쩌구 하면서 막바지에 달아오른 총선거 유세차가 발악이라도 하듯 외쳐대며사라진다. 수정사는 피다남은 담배꽁초를 또랑에 획 던지며 “엠병할놈들! 잘먹고 잘살아라”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독백이나하듯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부어놓은 탁배기잔을 자기앞으로 당겨놓고 “아줌마 ! 오늘은 왜이리썰렁하고 손님들이 없네요 ? ” 언제봐도 꼭 한두명쯤은 술을먹거나 아니면 쓰잘데없는 노가리나 까면서 공짜술이나 안 생기나하며 죽장 버티고있는 축들이있는데 오늘은 어쩐지 한시간 가까이있어도 개미세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않는게 되려 부담이되는 박동태의 기분이다.
“뭘요 조금전까지 있다가 공짜술 얻어먹으로 갔다요 00 국민학교 교정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들 무슨연설회가 있는대. . . . . . ‘나도 가면 여기보다 나설라나 생각중에 아씨가 오셔서 꼼짝 못허요?” 라고 던지자 “미쳐 바람맞을 놈들 ! 시러베같은놈들이 무슨 선량이라고 . . . . .! 박동태의 지나가는 넋두리가 을씨년스럽다.
기어희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쥔 아줌마 ! 한잔 드슈 ! ” 프라스틱 병에서 굴러나오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희뿌연 액체를 거품과더불어 회색 사기 그릇에 넘쳐나게 부었다. “오늘 왜! 이런디야 ! “ 과부십장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빙긋 웃어보인다. “눈도오고, 기분도 그렇지 아니하고, . . . . .많이 드쇼! 죽으면 썩을몸뚱이, 살아생전에나 실컷먹어두어야죠” 가끔가다 실성한 사람처럼 뭐라고 중얼거리는 박동태다.
싸락눈이 점차 눈발이 커지면서 함박눈으로 변하여 온갖 오물로 더럽혀진 대지위를 덮는다. “아씨 ! 눈도 오고 허니, 한병 더합시다.” 크게 두 잔을 붓고 나니 병에는 강아지 오줌량만큼 남았다. “두어병 더 내놓쇼” 수정사 말이 떨어지자마자, 과부십장은 잽싼 몸놀림으로 금방 두병을 집어내더니만, 흔들기 모션의 돌입 직전에있다. 저몸에 어떻게 그런날센동작이 나오는지 ! 인간생활은 적자생존이라고 정말그런가보다? 30년이상을 술 장사로 이골이 나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날렵한 동작이 몸에베어 있는 것 같다. 탁베기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시큼한 내음이 후각을 건드린다. 한모금을 입에 머금고 천천히 음미하듯 조금씩 조금씩 목구멍으로 넘겨본다. 항시 마셔봐도 질리지않는 희뿌연 액체.! 술버릇 이라기보담, 처음 술잔은 항시 이런식으로 목구멍을 추겨놓고 다음부터는 부어넣듯 마셔대는 습성이 이미 몸에 베어있어 마시는소리나 목구멍에 넘어가는 일체의 잡음도없이 잔을 깨끗이비운 수정사는 또한잔을 가득따라 붓어놓는다.
눈발은 점점 거세어진 듯 곧게 내리는게 15도의 경사를이루며 흩날리듯 뿌리고있다. 아직 한잔밖에 하지않았는데도 취기가 스며든다. 아마 엊저녘에 좀 나서 먹은술이 마중을 나와 반갑게 포옹이라도하듯 어울려 어지러운 장면을 연출해낸것같다. 과부십장도 어느새 비워는지, 빈잔만 덩다라하니 시멘트 주대에 놓여있다. “아씨 ! 아씨는 어디다 찍으실라요 ?” 하며 똥그랗게 토끼눈모양을 하고 허리를 약간 숙인듯하며 수정사의 코앞에 얼굴을 디리 밀듯이 특유의 몸에벤 동작으로 내벧는다. 수정사는 빙긋 웃어 보이며 “어디긴 어디요 ! 종이위에 찍제?” “아씨 ! 내가 맞추어 볼까요? 맞춰 보쇼 ? ” 과부십장의 코잔등이 유달리 붉으스레한게(원래 딸기코는아님)모르긴몰라도 양(量)으로 따져 이미 두세병이상 헤치운성싶다. 과부십장은 엄지 손가락을 펼쳐보인다. 일번이라는것이다. 그리고는 수정사를 바라보고 싱긋 웃어보인다. 자기 말이 맞지않는냐는 표시이다. 수정사는 대답대신 탁베기 잔을 들어보인다. 그리고는 한쪽눈을 지긋시 감은듯 하면서 입에댄다. 대는가싶더니만 벌써 빈잔을 내려놓는다.
이때 밖에서 툿 ! 툿 ! 소리가 들리더니 돼지장사들이 즐겨입은 모자달린 국방색 털 잠바를 걸치고, 개다리가 신발을털며 술청으로 들어선다. “이놈의 눈이 내밥통 떼네 !” 벌써 주센과 몇차래 만났는지 붉으스레한 얼굴과 감청색 눈빛으로 헤벌죽 웃고는 “아짐씨 ! 공짜술먹으러 안가셨능교” 난 대여섯 잔 걸치고 별볼일없다싶어 빠져 나오려하니 뒤통수가 미안한듯 끄집어 땡기는걸 앞통수덕택에 용케도빠져 나왔제“ ”김부장도 ! 양심과 체면이있제 아 ! 글씨 , 공짜 막걸리만 자시고 줄행랑을쳤오! 담은 쪼께라도 앉았다 오시제 !“ ”들어보이 ! 뭐 ! 뻔하제 내내 그말이 그말이고 정직하고 양심적인 자기찍어 달라는 소리아잉교?“
“내일 모래는 00 당 후보가 00 학교에서 또 헌다요 ! 또 가실라요 ?” “카먼 ! 가야제 ! 공짜술 준닥칸대 안 가예 ! 벌건 대낮에 살인, 강도 ,폭행 ,날치기, 사기등등이 난무하는 세상에 남에게 피해 주지않고 거져생기는 공짜술마다 할수는 없지예! “아저씨 ! 안그러능교? ” “글쎄요 ! 김부장님 말씀이 맞기도 한 것 같기도 하오만!.” “하오만 이라뇨! 맞으면맞고, 틀리면 틀린게지 무신 말씸이 이것도아니고 저것도아니고 구렁이꼬리 담넘어 가듯 말씀 한당가요? “ ”그래요 ! 형씨 말씀에 일리가있습니다.“ 수정사의 입에서 분명한말이 떨어지자, 만족이나하듯, 과부십장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면서 “막걸리나 한병 땡깁시다.” 하면서 특유의 버릇인 엄지와 검지로 콧잔등을 쓸어본다. 주인과부십장의 눈빛이 순간 반짝해보인다. 평소의 습관으로보아 개다리기분이좋다는것쯤은 과부십장이 모를리가 없으려니와, 따라서 막걸리열병쯤은 이미 없어진거나 다름이없다. 초장에 수정사부터 시작하더니 개다리로 이어지는게 오늘 낌세가 술께나 팔릴성싶은 예감이앞선다. 평상시 막걸리 한짝 20 병중에 현찰은 잘해야 절반정도에 지나지않고 나머지는 외상이나 그럭저럭 없어지는게 상례다. 그러나 오늘같이 첫병부터 현금박치기는 그리 흔하지않음을 잘 알고 있는 과부십장은 오늘전망을 점 쳐보고 병부터 계산해본다. 오늘날씨도 술 퍼 마시기에 안성맞춤 격 이다. 마치 초판부터 8월 휘영청청 둥근달밤에 기러기가 훨 훨 나르니 고돌이에 삼광이 일시에 올라온격이며 거기에다 피껍질만 잡아 땡기면 10점이상에 양피박까지 가능하다고 판단한 과부십장은 “끙” 하고 아랫배에 힘을주어본다.
개다리의 본업을 그대로 말하면 전신주 전기수리공이다. 언젠가 박동태와 초면 인사를할시 내민 금테돌린명함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XX 전업사 외교부장 김달수’ 라고 또렷이 적혀있었다. 그로부터 호칭상 김부장이라고 부르고있으나 , 본인이 없을시엔 ‘개다리’ 로 통한다. 개가걸어가는 뒷 모양을 보는것이나, 김부장의 걸어가는 뒷모습의 다리모양이 거의흡사하기 때문이다. 자기말에 의하면 오랫동안 전봇대를 오르내리다 보니 그리되었다고 말 한 적이 있었다. 사실 개다리의 전봇대 타는솜씨는 가히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날렵하고 비호같다. 전신주에 붙었다하면 금세 꼭대기에 메달리어 건너전신주에 고함을 질러댄다. 그래선지 사장도 개다리 만큼은 관용을 베풀고 때에따라 잘못이있다해도 모른 체 눈을 감아 버리는게 상례처럼 되어있다. 만일 그의 기분을 건들어놓으면, 한마디로 회사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때문이다. 공사입찰에 낙찰이되면 준비기간에 사전 현지답사나 현지인부고용 거식처 등 사전작업은 ‘개다리’ 의 전업으로 모두가 알고있다. 개다리는 그때부터 의기양양하다. 마치 자기가 업체 사장이나 된성싶다. 미상불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인부들도 사장말보다는 개다리의 말을 더 잘 듣는 편이다. 그래선지 사장도, 아예 현지 고용인과는 가급적 접촉을피한다. 개다리의 기분과 사기만 돋구어주면 만사가 잘 풀리기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일도 도맡아서 할 뿐만 아니라 일 처리 또한 빈틈없다. 오랜 경험과 관록이 붙어서인지 일의 순서와 방법이 확실하고 체계적이어서 공사중단이나 차질이 거의없고 또한 인부들도, 적시적소에 사람에따라 배치하는것도 사장마음에 쏘오옥 든다.
공사를 추진할 때 개다리의 눈빛과 머리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라고들 한다. 요즈음과 같이 잡부 구하기가 검판사되는만큼 어려울때 설령 어렵게 구했다손 치드래도 한둥 만둥 하루 해만넘기자는게 인부들의 근성과 속성인데 의아스러울만큼 개다리의 말이라면 절대복종이다. 사람 다루는 법을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나 남녀노소 할것없이 그의말을 순순히 따라 주는걸 보느라면 공사장에서 만큼은 개다리가 자기상관이나 된성싶다. 언젠가 고압선 송신 공사장에서 준공기간이 임박하여 사장이 독려차 현지에 갔을 떄다. 일의 진척을 대충 가늠하여보고 인부들의 동향을 보고 있노라니, 오래전부터 한사람이 나무그늘에 누워 쉬고있는 것을 보고 “왜 ! 거기에 앉아있오 ! 어디 아프시오 ?” 라고 묻자, 감독이 쉬라고 했다고한다. 인부가 모자라 외지인부를 고용하고 있는처지에 놀리다니! 못마땅한 기분이었으나 모른 체 해버렸는데 후에알고보니 전날저녁에 서너시간 이상을 개다리와 야간 작업을 하였다고한다. 다른사람 같으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일당이나 조금 더 쳐주고 작업을시킬게 분명하나 개다리는 반듯이 한계를 긋는다. 공사(公私)가 분명하고, 작업시간 휴식시간도 어김없이실시한다. 비록 공사가 늦어지는 한이있드래도, 나약하고 힘들어 보이는여자나 나이가 많은 인부에게는 걸맞게 손쉬운일을 맡기는 인정과 아량심도 다분하여 사나흘만 개다리와같이 일하다보면 순종하지않을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특별한 재난이나 사고없이는 거개가 공사기간내에 공사를 마무리한다. 언젠가는! 개다리와 자재책임자(사장조카)와의 다툼으로 그만 공사기간을 넘겨 꽤나 손해를 본 일이있었다. 그래서 사장은 개다리의 기분맞추는데 있어 꽤나 신경을쓴편이다. 개다리의 노임은 다른상용인부와는 다르다. 일일 기본일당외에 위험수당 명목으로 더얹혀준다. 개다리도 항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성큼 받는다. 의당 받을만하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일하는대 있어서 만큼은 분명하고 깨끗 하다는게 개다리의 특징이고 장점이다. 우리 인간은 어느누구에게나, 흠과 단점이 있기마련이지만 , 개다리의 흠이라고 하면 위의장점을 제외하고 모든게흠이다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개다리의 고향은 전라도와 경상도 경계에 위치하고있는 00군 00면이라는 시골이며 농사꾼의 3대독자외아들로 태어났다. 원래는 대농의 집안이었으나 아버지의 방랑벽으로 많은재산을 탕진하고 말년에 겨우얻은 자식이 바로 개다리다. 외아들이라 온식구가 그저 옹야! 옹야! 하며 키워왔으나 국민학교 들어서면서부터 동네애들과 싸우기가 일쑤고 밤늦게 들어오는게 보통이며 어느때는 쥐붕알만한게 벌써부터 친구집에서 자고들어오는등 집에 붙어있기보다는 밖같으로 싸잡고돌아다니는게 어쩌면! 즈이 애비의 역마살을 그대로 전수받았는지! 하며 푸념섞인 한숨을 내뱉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고한다. 겨우 중학교만을 졸업하고, 서울 누나집서 일년 남짓 눈칫밥을 먹다 한동안은 온다 간단 말없이 행방불명이되어 어머니의 속을 꽤나 썩이고는하였다. 고향에 온 뒤에도 농사일보다는 어울려노는 일에만 정신이 빠진 한마디로 못된망나니의 불효자라고, 자신도 말을 하곤한다. 代라도 끈낄까봐 노심초사 끝에 이웃마을인 경상도 아가씨를 돈으로 사다시피하여 일찍 결혼을시켰으나 몇달은 잠잠하더니만 하루가 이틀이되고 이틀이 사흘 나흘씩으로 외박을하니 어느여자가 견뎌낼 재간이 있겠느냐? 결혼생활 겨우 일년남짖 넘긴어느날, 개다리가 일주일간 집을 비우고 있는사이 서너달된 핏덩이자식을 버려둔체 마누라는 새벽에 종적을 감추어버렸다고 한다.
이래저래 떠돌이 건달생활을 하는동안 불쌍한 어머니만 죽도록 고생하다가 이태전에 세상을 하직하고 12살 먹은 자식은 서울 작은 누나집에서 기식하고, 개다리는 사장이 마련하여준 단칸 전세방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는데, 일주일이면 서너번들어가고 나머지는 역시 외박을하며 생활하고 있다. 몇 달씩 공사를하고나면 개다리에게 들어오는보수는 어찌보면 거금이라고할만하다. 그래서 사장은 개다리의 생활을아는지라 일부만 현찰로 쥐어주고 나머지는 사장과 개다리의 연명으로 된 통장에 저축을한다. 그러나 얼마못가 서울 자식에게 송금시킨다는 명목으로 야곰야곰 빼먹는다. 하기야 개다리가 뼈빠져 번 돈이니 사장이야 하는 수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사장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타일러 씀씀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간섭을 한답시면 고을이 씨끄럽고 속이 상하고, 어느때처럼 통장과 도장을 주어버리면 몇일못가 땡전없이 빈털터리가되어 가불 명목으로요구하니 주지않을수도없어 이래저래 노는 기간에는 항시 사장의 마음은 불안하기짝이없다.
어쨰튼 ! 돈만 손에잡이면 그의 정신세계는 현장에서 일할 때와는 정 반대다. 그저 쓰는것이다. 아니 쓴다는 용어보다는 뿌린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듯 무턱대고 써재킨다. 언젠가의일이다. 이곳에서 한번에 20만원 어치 술을 먹었다. 푸딱지만한 안주에 값싼막걸리 소주값으로 20만원을 주었으니 뿌린거나 진배없다. 술청에있은 사람은 물론 기분만동하면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불러다 소주든맥주든 맥이는 것이다. 그래서 개다리의 씀씀이를 알만한 사람은 거개다 안다. 빈털터리들의 주객들은 개다리의 그럴때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곤한다. 실인즉, 그런 기회를 제일 고대한 사람은 주인인 과부십장이다.
개다리가 하루에 한번 이상씩 이곳에들르면 일이없어 놀 때며,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일나간것으로 생각하면 틀림없다. 오랫동안 보이지않다, 느닷없이 나타나면 이곳은 성시를이룬다. 어떻게알았는지 코빵빵이를 위시로하여 곰배팔이, 눈지레이, 껄떡세, 빠삐, 깜작이, 진개미, 기마이, 째그리, 신문기자 등등, 삐삐로 연락이나 한듯 기가막희게 하나씩 하나씩 몰려들어 술청이 씨끌뻑쩍하니 흥청망청 돌아가면 과부십장의 아랫배는 유난히 돋보이게 마련이다. 몇 시간만에 평상시의 몇날몇일의 매상액이 불을 보듯 훤하니말이다. 그것도 빠실빠실한 배추색 현찰로알고있기에 여유작작하고 빨게작작한 모난코를 벌름거리며 입은 항시벌어져 생글생글하고 요런때 같으면 세상 살맛난다는 듯 간존지레한눈으로 이사람 저사람 바라보며 분위기 돌아가는데 촉각을 세우고 얼치고 설치듯 기분을 맞추어준다. 얼싸덜싸 그러다 저러다보면 자동적으로 좌석이 짜여진다. 손바닥만한 방에 네 다섯명 함박지만한 술청에 대 여섯명 씩 자리가 이루어지면 기고 만장이다. 의자고 식탁이고 구분이없다. 앉은자리가 의자고 술잔 놓은곳이 식탁이다. 언니 동생 오빠가 남발되고 스리슬쩍 서로의 눈치를 보는가 하면 구시택택한 쌍팔년도 씨잘때기없는 케케먹은 말갖지도않는 지난 예기를 꺼내고 3년전에 여기서 술퍼마시고 철도 건늘목에서 열차와 부닥가리로 온몸이 찢겨진체 죽어자빠진 곰보 예기를 꺼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가하면 기타등등의 시러베 같은소리를 찌꺼려대며 서로들 술청의 분위기를 돋구어간다. 드디어 개다리의입에서 고대하고 모두가 목이빠지게 기다렸던 술 가져오라는 말이 떨어지면 명색에 술상아닌 술상이 차려지며 더더욱 씨끌뻑쩍 해진다. 주인 과부십장의활동공간만 뺴놓곤 빽빽한 이곳에서 기구망상한 군상들의 잔치가 바야흐로 시작되려는 찰라다.
이럴 때 여기에있는 모든사람에게 가장 대우를 받는동료는 당연코 껄떡세다. 아닌게아니라 어느세 개다리옆에 껄떡세가 찰떡같이 달라붙어 희희낙락 거리고있다. 주인인 과부십장도 이럴때만큼은 빈털터리 껄떡세를 무시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껄떡세의 행동과 기분여하에 따라 매상고의 진폭이 현격히 달라지기때문이다. 최대한 껄떡세의 기분을 맞춰주어야한다. 비단, 주인 과부십장만 맞춰주는게아니라 이곳에 모인 군상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껄떡세의 눈빛, 표정, 어투에 신경을 쓰며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위해 약속이라도 한듯 조심해한다. 만일 껄떡세의속이 뒤틀려 그 자리를 뜬다치면 그순간분터 파장이나 다름이없다. 과부십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군상들역시 오랜만에 모처럼 부담없이생긴 큰잔치를 한순간에 날려보낸거나 마찬가지니말이다. 그렇다고 개다리가 여기에서 쓸돈을 다른곳에서 안쓸위인은 아니라고 모두가 잘알고 있기에 불붙기 이전인 초장에는 결혼첫날밤 신부의 두근거리는심정으로 설레이며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번은 곰베팔이가 같은여자의 입장에서 시셈한나머지 껄떡세의 비위를 건드려 자리를 뜬바람에 화끈해진 열기의분위기가 갑자기 섣달 그뭄날밤 설한풍 몰아치는격이 돼버려 초상집으로 돌변한적이있었다. 그러한 죄로 한동안 곰베팔이는 이곳에 얼씬도못하고 하다못해 먹다남은 시디신 막걸리한잔 못 얻어먹는 비참한 신세로의 전락은물론 동료 군상들에게 “멍청하고 되야지 같은년” “곰베팔이 주제에 시셈과 질투가뭐고, 기분나쁘면 네년이나 알게모르게 없어지지 왜 우리까지 피해를 주는냐는” 둥, 똥집 막대기모양 취급을 당하는 격한설음을 당한적이 있다. 사실은 지놈들이나 내나 처지는 개컬 간이며 도토리키재기인데 모두들 아무리멍청하고 철딱서니가 없다손 치드래도 앞으로 절대그러한일은 없을것으로 알고 있으며 믿고있다. 아무튼 ! 개다리가 옆에있는한 껄떡세의 인기는 항상 상승 고도에 머물러 있다.
껄떡세는 서른셋의 아직까지 젊은몸뚱아리에 그런대로의 탄력있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끼가많은 여자다. 어디서 굴러먹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지도 몰라도 어느낯모르는 손님이 이곳에 찾아왔다가 붙여주고간 별명이 껄떡세다. 그손님 말을 빌린다면 이남자고 저남자고 기분만동하고 그렁저렁 하다고 생각되면 앞뒤볼것없이 닥치는대로 껄떡거리며 주워삼킨다고 하여 붙여진이름이라고 한다.
껄떡세 역시 이 군상들의 심정을 모르는배 아니다. 나이 차이만 있지 인생 밑바닥 생활의 동일선상에서 나란히묶여있는 같은 처지이고보면 내돈 주는 것도아닌대 기분좀 상한다고 무슨심뽀로 한껏기대에 찬 희끄므레한 저 불상하고 처량한 눈망울들을 져버릴만한 이기적이고 악의가있는 인간은 못된다. 어차피 쓰레기인생이며, 죽퍼먹은자리인데! 나로인해 저 불쌍한 군상들이 얼마동안이나 즐거워하고 주린창자가 메워진다면 나야말로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은 자로 거론될테니하며 자족이나하듯 기분좋게 재잘거리며 개다리옆에 찰떡같이달라붙어 초거리로 술도따라주고 마치 자기가 술값이나 낸양 안주도 자연스럽게 입에다 넣어주는 폼이 신혼부부 깨 쏟아지는 장면과흡사하다.
각자 몇잔의 술잔을 퍼넣다보면 반드시 곰배팔이의 “ 이 다리가 내다리지, 네다리가 내다리냐 아 --- 아 ! 진정 나-안 몰랐었네 -- ! “의 노래가 혀 짧은 소리로 터져나오기 시작하여 홍도야 우지마라, 물래방아 도는데, 목포는항구다, 찔래꽃, 비 내리는 호남선 등등 쥐나게나 생긴대로의 목청을 마치 삶의고달픔과 생의무상함에서 잠시라도 차단되어짐을 만끽하려고나 하듯 악을써대며 뽑아댄다.
초장의 이런 분위기가 익어갈무렵이면 개다리의 십팔번지 “앵애야” 로 시작되는 타령조의 노래가나온다. 실인즉, 지금까지의 중구난방의 놀이판도 개다리의 십팔번지 이노래를 유도해 내기위하여 과부십장을 위시해 모여있는 걸식들의 합작품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개다리의 십팔번지가 터져나와야 모든일이 순조로워지고 과부십장의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진다.
“앵애야~ 앵애야~ 앵애야~ 앵애야 네가 좋으면 내가좋고 내가좋으면 네가좋고 너 좋고 나 좋고 앵애야 ~ ~ ~ 하루에 품삯은 열두냥인데 우리님 보는데는 스므냥 이로구나! 앵애야 ~ ~ ~ 비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다 우리님 기다리는 금송옥으로 가자꾸나! 앵애야 ~ ~ ~ 금송옥의 별명은 과부들의 십장이요! 나에 님의 별명은 껄떡세로구나 ~~~ 앵애야 ~ ~ ~” 뒷소리 “앵애야”는 누가 따라불러달라는 말은없어도 서로가 약속이나하듯 모두가 합창으로불러대니 그 소리야말로 화음만 개판이지 그렇다하는 합창단 뺨칠만하다.
“우리네 단골은 금송옥이요! 네꼬다이 단골은 룸싸롱이구나---! 앵애야! ~ ~ ~ ”
이 구절만 나오면 항시 과부십장의 빨게족족한 코잔등이 옆으로 째지면서 헤벌래하며, 배꼽밑으로 쳐진 몸뺴를 “으씩” 추켜세우는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우리네 인생은 막바지 인생이요 --- ! 니 놈들의 인생은 비까비까 인생이라 --! 앵애야 --! ~ ~ ~” 노래는 상여 요령잡이의 애끓는 곡조식으로 한구절씩 이어진다. 이맘때쯤이면 과부십장과 곰베팔이 눈이 마주치면서 과부십장이 고개를 끄덕거려준다. 물론 주변의 걸식들도 이를 모를리 없다. 다만 개다리와 껄떡세만 모르면몰라도. . . . ! 곰베팔이가 혀짧은 소리로 이어 받는다. “이래도 한쎄상 저래도 한뼝생 죽어가는 우리인생, 묵꼬나 죽어보세! 앵애야 ~ ~ ~ “ 이노래 구절뒤에는 반드시 주위의 걸식들의 시선은 개다리에게 쏠리고, 바톤이어받기 경주나되듯 개다리는 껄떡세의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이어받는다. “ 과부십장아줌마 이내말좀 들어보소 ! 과부만 팔지말고 막걸리도 팔아보소 -- ! 앵애야 ~ ~ ~ “ 이때 뒷소리 ”앵애야“ 의 합창소리는 한옥타브 올라간 듯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비오는 날 술에취해 비티적거리며 관공서에 빼앗긴 내 노점상자리 내놓으라며 악을쓰며 같이죽자식 여편네의 고함소리와 진배없다.
어느세 세로운 막걸리병이 듬성듬성보이며, 안주역시 산채나물부터 뽀빠이까지, 세살배기 어린애가 가지고놀다 흐트려놓은 장난감처럼 제멋대로 놓여지고, 바야흐로 2막에 접어들기시작한다. 안주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금송옥의 안주는 발을신발에 맞추듯 안주에술을 맞추어야한다. 과부십장 마음내키는대로 막걸리에 마른명태쪼가리나 뽀빠이, 맥주에 먹다남은 시큼한 시레기 국이나 시디신 알타리 무김치등 박자 음정 관객을 무시한 음치처럼 구색에구애됨이없이 그저 앵기는대로 내다놓은게 금송옥의 치외법권이고 과부십장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어느누가 벙긋 말 한마디 못한다. 만일 농담조라도 안주탓을 했다간 대번에 “주제파악이니, 동낭치신세에 병신옹구맞은 짓거리라며, 잘 처먹을라면 안주값을 내놓으라는둥 “
무안과 핀잔 당하기가 일쑤다. 물론 과부십장이 상대하기에 만만하여 별볼일없는 치들에 한에서다.
목소리 톤을 조절하는 헛기침 소리가 두어번들리는가 싶더니만 과부십장이 약간 쉰듯한 허스키 목소리로 십팔번지 수덕사의여승이 시작된다. “이 ~ 인적없는 수덕사에 ~ 밤은 깊은데 에 ~ 흐느끼는 여어승에 외로우-ㄴ 그으~리이임자 ! “ 이때부터는 지휘자가없어도 모두가 제각기 젓가락이나 젓가락 천신을못하면 숟가락등 쥐나게나 두드릴것만있으면 각자챙겨서 젓가락 장단으로바뀐다. 그래선지 과부십장의 알량한개다리상을 비롯해 알미늄상, 사각목제 밥상등 서너개 되는상들 변두리의 모서리주변에는 하도 두들겨맞아 한계가모호할 정도로 폐이거나 찌들어지고 반들반들하여 얍사한 요철로 형성되어있다. 시멘트 주대 역시 예외는아니다. 각이없이 완만한 포물선형으로 민둥한형상이 보나마나 두들겨패대어 그리된것이다. 두드리는것도 무언가 고저와장단이 어우러져 적당한음색이 표현되어야 하는대, 물론 처음에-ㄴ 그럴듯하게 맞아돌아간다. 그러나 얼마못가 어느 한사람의두드리는 소리가 한옥타브 올라간듯하면 너도나도 덩달아 질세라 가냘픈 젓가락에 한움큼 힘을 더하여 뚜드러패댄다. 이럴때의 소리음은 세계의 그 어느 유명한오케스트라나, 합창단도 추종을불허할 만큼 기가맥힌 음색에 요란한 금속성의 소리음과더불어 가뜩이나 개세끼들 합창의 지원에 힘입어 실로장관을 이루는데, 연주자들의 얼굴과 표정 그리고 모습이 또한 이 상황과 쌍벽을이루니 이거야말로 꾸밈없고 가식없는 천하제일의 명 오케스트라고나할까? 그 요란한 와중에서도 과부십장의 애닮픈 구성진 소리는 끊어질듯이어진다. “소~옥세에 두고오온님 --! 이즈을~길 없어, 법당에 촛불키고, 홀로우울~적에 , 아~~ 아~ 수덕사에 ~ 쇠북 이~ 우운~다. “ ”재창이야 ~재창 ! “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하는 깜작이가 안경속의 눈깔이 보통사람의 두배나되어가지고, 너댓번 연타로 깜박이며 손뼉을 치며외쳐댄다. “사안길 배엑리 수더억 사아~에 , 바으음은 기_ㅍ은데 ~ 염불 하아는 여어승 의 ~ 외로우운 ~ 그으~림~자 ~~, “ 이때 코빵뺑이가 휘청! 하면서일어난다. 이 무대의 절정인 사타구니춤이 시작 되려는 찰라다. 코빵뻉이 역시 40대중반의과부다. 간난아이 주먹만한 크기의혹이 바로 코 왼쪽에 던져진듯 붙어있고 오른쪽 어꺠가 왼쪽보다 쳐진듯하여 보는이로하여금 미묘한앙상불을연상하겠금 신체구조가 특이한여편네다. 그녀의 사타구니춤과 그의신체적인조건은 천상배필을 만난듯 미표한 조화를 이루어 기막힌장면을 연출해낸다.
그 좁은 공간에서 그녀의몸놀림은 둔하면서도 잽싸고 어전하면서도 구성지고, 무턱대고 뚜드려대는 젓가락장단과 교묘히어우러져 놀아나는모습에 그저 아연할 수 밖에 없다. 어느새 그녀의사타구니에 쇠주댓병(유리병)짜리가박히면서 녹이텡텡 스른 우라지게도큰 놋쇠숟가락이 병뚜껑에 꼿이고 어디서주워왔는지 때꼬작물이 줄줄흐르는 걸래쪼가리를 똘똘뭉쳐 그녀의 등에 쑤셔밀어넣고 굴러다니는 끄나풀로 부라우스를 치마속으로 집어넣고 잘끈 동여매준다. 아울러 왼쪽손에 두홉짜리 빈소주병에 쇠젖가락 두개가 박힘과 동시에 20도각도의 기우뚱하는 몸의중심을 유지하면서 상반신을 15도 각도로 숙인체로 커다란 함박만한 방둥이를 위를향하여 “훔칠” 거리면 유리와 금속성이 부딪치는 미묘한 소리음과 더불어 코빵뱅이의 기똥찬 춤은 시작된다. 이때 젓가락장단소리는 저음으 바뀌고 얼씨구! 앗싸 !차챠 ! 등등 코빵뺑이의몸놀림에 장단을맞추면서 좁디좁은공간에서 고개와 어깨로 흥을돋구며 구성지게 어우러진다. 이미 노래는 과부십장의수덕사의 여승이 끝나가고 물세의 오동추야로 넘어가려는찰라다.
이렇게 한참을 어우러져돌다보면 이미 그녀의 코빵뺑이치마는 느슨해져 허벅지와 XX 근처를 몸놀림으로 스리슬쩍비치는가하면 부라우스 상의는 젖무덤이 보일똥말똥하리만치 공간이 이루어져 상하좌우로 흔들림에따라 보는이로 흑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리만큼 자극적인 아실아실한 행각이 연출된다. 이때만큼은 개다리도 껄떡세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우악스럽게 큰입으로 엇싸 ! 어엇챠 ! 를 연발하며 엉심에 찬 눈빛은 두 무덤을 향하여 위 아래로 쫒는다. 이미 반쯤가버린 껄떡세 역시 자기앞가슴 풀어 헤쳐진줄은 모르고 코빵뻉이 사타구니와 가슴팍을 번갈아가며 눈길을박고는 조금더 ~ 올체 ! 올체 ! 언니 ! 안주 한사라. . . ! 등 등 동성이면서도 이국(異國) 여자의 그것만큼이나 호기심이라도 된듯 키들대며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조선의 쫌뽀요 치사하고 간지러운 눈지레이를 비롯해 이리기웃 저리기웃거리며 타산에 맞나하고 계산해보다 않되겠다 싶으면 횡 ! 떠버리는 물새, 겉으로 얌전한 척 하며 똥구멍으로 호박씨까는 진개미 도리우찌 모자에 거무퇴퇴한 명안네를 항시 걸치고 다니는(그만한 이유가있지만) 야마모도 형사 등 주변의 식객들도 안도의한숨과 더불어 신들린무당처럼, 앗싸라비야 ! 쿵짝 ! 쿵짝 ! 을 터트리며 오늘살다가 내일죽을 작정이나하듯 키들대며, 쇠주고 맥주고 막걸리고간에 자기앞에 놓여있는술은 무조건 털어 넣는다. 과부십장 또한 이 절호의 기화를놓칠세라 이미 낡고 헐어서 못쓰게된 북을내려놓고 사타구니춤의 기고만장한 절정의 움직임에따라 적시에 “쿵, 떡, 떡,” “쿵, 빡, 깩,” 등 찢어진북의 소리음을 인간문화재 뺨칠정도로 절묘하게 활용하는걸 보면 과부십장의 관록은 과연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다. 이쯤되면 반미친듯한 군상들의 저절로 터져나온 괴성과 과부십장의 오묘한 북소리에 사타구니춤은 절정을 향하면서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이미 그녀의 이마와 콧잔등에는 땀이송글송글하고 얼굴은 불콰하니 상기되어 무아의 경지에 빠져든 듯 좁은공간의 무대를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다. 이때! 오장사가 뻑쩍찌끈하게 일어나면서 천원짜리 지폐하나를 보기에도 민망스러울정도로 그녀의 가슴팍에 깊이도 집어넣었다가 “헤벌쭉”웃고는 잽싸게 손을뺀다. 보편적으로 기마이가 첫테이프를 끊는데 어쩌다가 오장사에게 선수를 빼앗기곤한다. 아까막시 사타구니춤이 시작되기전 곰베팔이가 그녀의 부라우스를 치마속에다넣고 잘끈 짜매주는의미를 이제야알것같다. 그녀의 진로방향이 가마이쪽으로 쏠리는 듯 싶자 기마이는 “으라챠차”하고 자리를 박차드니만 대뜸 앉은뱅이 춤으로 맞선다. 앉은뱅이춤 역시 좁은 공간에서는 제격이다. 오른쪽 손 가운데 손가락을 오른발 정강이 안쪽으로 집어넣고 그녀의 XX 앞쪽에 갔다대고 XX 장면을 코빵뺑이의 사타구니춤과 어울려 연출하다보면 세상에 하나밖에없는 기막힌장면이 어우러져 절정에이른다.
유별나게도 씨끌뻑적 하다보니 지나가는 행인들도 기웃거린다. 처음에는 그 장면을보고 “엠병할년놈들! 죽쳐먹고 달밤에 개지랄병하네” 하지만 쉽게 그 자리를 뜨지못하고있다가 결국은 못 볼 것 보았다란 표정은 어디로가고 “햇죽,햇죽” 웃으며 한발한발 술청으로들어선다. 잠시사이 문전에도 구경꾼으로 성시를이룬다. 그사이 기마이손이 벌써 세번이나 그녀의 양쪽 젖무덤사이를 들락거린후 힘에지쳐 똥산대 주저앉듯 제풀에 주저앉아버린다.
쫌뽀 눈지레이가 불두덩을움켜쥐면서 살짝 자리를뜬다. 보나마나 잔돈 바꾸러가는거다. 아무리 돈이아까와도 남자체면이 말이아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언젠가도 “어째! 우리나라는 오백원짜리 지폐가 업디야 ! 돈많은 지놈들이야, 필요없지만 우리같이 서민들은 지폐가 꼭필요한디! 아 ! 동전은 있지않소! 여보쇼 ! 그게 돈이오! 게비만 무겁고 백원짜리 동전과 햇갈리는디 ! 내가 한국은행 사장만되면 당장에 멘들어 뻐리는건디 ! “ 한국은행장 마음대로 돈을 만드는줄 아는 눈지레이 불만을 알것도 같다.
파장을 예고나하듯 환희뒤에 찾아온 허탈감과 더불어 모든 걸식들은 지쳐버린듯 제각각 가쁜숨만 몰아쉬며 희끄므레한 눈망울만 굴리고있다. 물론 주인인 과부십장만은 예외다. 과부십장이야말로 이 시점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기실 이때만을 기다리기위하여 그간의 온갖 푸닥가리와 뒷바라지까지 좁은공간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때에따라 비티적거리는 걸식들의 보호자 노릇까지해주었으니말이다. 벌써 열댓번은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나있는상태고 빠실빠실한 배추색 지폐가 눈에아른거리며 다 된밥에 콧물이 떨어저서는 안된다는 굳은각오로 개다리의 일거수 일투족 내지 현재 기분상태까지 면밀히 점검하는 단계가 바로 이때임을 본인은물론 걸식들도 잘 아는터이다.
이때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부어 막바지흥을 되살리는데 적격자는 칠득이다. 한쪽눈이 약간 찌그러진듯한 인상과 이마가 유난히도길어 얼굴 비율이 엉망이되어버린 형상에다 사시사철을 무시나하듯 언제봐도 색바렌 북방색 잠바와 고리띵 바지를 걸치고 다니는 칠득이가 젓가락 장단과 함께 그의 십팔번지 장타령이시작된다. 모두가 다시 숟가락 젓가락을 주워든다. 구석대기에 쑤셔박힌 벙거지 비스므레한 모자를 눈지레이가 잽싸게 칠득이에게 씌어준다.
어허얼 시구 시구 들어간다 !
조어얼 시구 시구 들어간다 .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왔네 !
어허얼 시구 시구 들어간다.
저-얼 시구 시구 들어간다
어얼 시구나 잘 현다.
품바 품바 잘헌다.
흐 흐 ! 이놈이 이래도
정승판서 자제로 !
팔도 감사 마다하고
돈 한푼에 팔려서
각설이로만 나섰네 !
그의 찌들은 삶의애환과 이미 포기해버린 생의종착역인 죽음의문턱에서서 절규나하듯 뿜어나오는 처절하고 애조띈타령은 젓가락장단에 맞추어 끊어질듯 하다가 이어지며 계속된다.
이때-가 어느땐 요 !
춘삼월 호시절에
꽃도 피고 잎도 피네 !
우리 부모 나를 나서
영화를 보잦드니
이 신세가 왠 말이냐 !
전생 인연 기박하여
팔도강산 다니면서
각설이 신세가 되었고나 !
많이 주면 반되박이
적게주면 한주먹이네 !
네가 잘 나면 내아들
내가 잘 나면 네 애비 !
흐 흐 품바 잘도 헌다 .
허 허 품바 잘도헌다 !
어어얼 시구 시구 잘도헌다.
품바 품바 잘헌다.
일자나 한자 들고나 보니
일편단심 먹은마음
죽으면 죽었지 못잊겠오 !
둘에 이자 한자나 들고보니
이순신은 충무공이요 !
이완용은 매국노라 !
셋에 삼자 한자나 들고나보니
삼월이라 삼짓날이
제비 한쌍 날아든다. ........................
“ 춘삼월 호시절일세 !” “ 춘삼월 이라뇨 ! ” 동지섣달 설한풍에 추워죽겠구먼 ! “
“ 자네 ! 배 말일세 ! 오랜만에보니 더 불룩 해진게 경기가 좋은가보이 ! ”
“ 아이고 ! 아씨도 ! ” 어서 들어오시기나 허쇼 !“ 사실 과부십장은 능구레이 영감태기말에 그런대로 수긍이간다. 계절도 계절이고 날씨돌아가는것도 그렇지만 요즈음 선거철이라선지 시골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고 인심이 그런대로 후하다고나볼까? 어쨰튼 ! 그전같으면 막걸리한짝이 다음날까지남아 새로 한짝을 받을까말까를 몇번이고 망설이다 배달최씨에게 된서리를 맞는게 보통이나, 얼마전부터 하루한짝으로는 모자라는날이 많아 아예 새벽에 두짝을받은게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따라서 배꼽밑의 속옷 돈주머니가 저녘때가되면 제법 도톰한감촉이 기분좋게 사타구니에 닿아온다. 아무튼 선거때만되면 과부십장은 한밑천 잡았다고까지야 볼수 없지만 산다는게 그렇게 괴로운것만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면서 돈주머니를 슬며시 건드려본다. 공짜술 자주생기고 술팔아 돈벌고 때에따라 어느 슬게빠진놈 술 취하면 조금의바가지도 씌우는 기회도있으며 손님들의 씀씀이와 인정과 그리고 똥배짱이 다른때보다는 푸지다는게 우선좋다. 그러나 이보다 그녀의 기분을 더욱 신나게 하는 것은 병신육갑들이아닌 멀쩡한 신사들과 인품이나 행색이 그럴듯한 사람들에게 괄시받지않고 일종에 상전대우를 받은것같은기분에 그저 좋아죽을지경이다. 그래서 속으로 어느놈이 되든말든 디지든 말든 매달 선거나 있었으면 하는게 그녀의 희망사항이다.
몇 일전 새벽의일이다. 넘치는요강을 하수구에버리로 문을여니 땅달막하고 후리청년 두사람이 담벼락에서있는게 아닌가! 깜짝놀라 속옷 돈주머니를 움켜잡으며, “누구쇼 ! 뭐하는사람들이요 ? ” 라고 냅다 고함을 지르자 90도각도로 허리굽혀 절을 하지아니한가 ! “ 아주머니 미안합니다. 새벽에 놀라게 해드려서 ! “그러면서, ”잘 부탁합니다.“ 하고 봉투를 주기에 얼른받았다. 주는것은 무엇이든지 무조건받고보는게 그녀의철칙이며 더욱이 요즈음이라면 말할것도없다. 막걸리 한짝을팔아도 남지않는 배추색 한장이다. 고함 한번지르고 배추색한장이라니 ! “참 ! 세상은 오래살고 볼것이란게 ! ” 담벼락을보니 방금 붙인듯한 후보자선전벽보가 서너장에 온갖 벼라별잡동사니가 덕지덕지붙어있다. 갑자기 머리에떠오르는게있다. 그리곤 속으로 “되야지 같은 년 ! ” 담벼락공간이크고 사람들 눈에 잘띄며 왕래가잦은 내집구조를 이용할생각을못한 자신에게 욕을한다. 극장에서 한두번인가 광고붙인대가로 극장표를주어 절반에 팔아먹은 적은있지만 이번처럼 느닷없는 고함한번에 배추색한장이 굴러들어오기는 처음이다, 무언가 그녀에게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사건이었다. 초장도아닌 새벽녘의 배추색한장이 오늘의일진을 말해준것같아 비든 눈이든 그저 우박처럼 쏟아졌으면 하고 생각을해보는 과부십장의입가엔 그녀만이 아는 한 순간의 야릇한미소가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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