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은 한국에 주둔하면서 50년이 넘도록 전기요금 우대 혜택을 받고 있다. 국군이 내는 전기요금보다 훨씬 싸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분담금으로 9,200억원을 지출하고 있는 있는 정부가 그와는 별도로 전기요금까지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미군에 전기요금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해 미군에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미군이 적용 받고 있는 전기요금을 국군과 같은 ‘일반용’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미군은 ‘일반용’도 ‘산업용’도 아닌 전년도 전체 계약자별 전기요금을 평균으로 나눈 ‘평균 판매단가’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적용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전기 대부분을 ‘일반용’으로 쓰는 국군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현실적으로 높이기 위해선 SOFA합동위원회에서 계약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전에 우선 한국전력공사에서 상위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약서 개정을 요청해야 하고, 산업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에, 기재부는 SOFA 공공용역분과위에 이를 의제로 올려 통과시켜야 한다. 여기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교부에 요청해 SOFA 합동위에서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작년 국감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해 미군과의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산업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작년 11월에 기재부에 미군과 이런 개정안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기재부가 미군 측에 요구했는데 미군 측에서 회신이 늦어지고 있어 계속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 열린 SOFA 합동위(정례회의)에서 주한미군 전기요금 특혜 문제가 제기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 2회 열리는 SOFA 합동위는 상반기 회의 때 올해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책정하는데, 이때 특혜 문제가 함께 제기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7월 SOFA 합동위를 통해 주한미군 전기요금 계약 개정안을 미군에 보냈는데, 미군이 공식회신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SOFA 합동위에서 미군 전기요금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8월 중순경에 개정 협의를 미군에 요청했다. 최근 담당자가 바뀌어 그 이전에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7월 SOFA 합동위엔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8월에 한미연합훈련 등 일정이 많아 미군 측이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며 “우린 일단 미군의 검토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SOFA운영팀 관계자 역시 “이번 SOFA 합동위에선 다뤄지지 않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정부와 미군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올해도 주한미군 전기요금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작년 국감 이후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나. 올해 국감을 앞두고 한 면피용 아니냐”며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방위비분담금 내는 정부, 이와 별도로 전기요금 특혜까지
주한미군, 국군보다 19.3% 싼 전기요금 특혜
일본과 독일은 다른 방식으로 전기요금 지원
실제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주한미군은 국군보다 전력요금 473억원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이 싸다보니 주한미군 전력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작년 10월 국감 때 홍익표 의원이 한국전력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계약종별 평균 판매단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주한미군 전기요금의 판매 단가는 kwh당 91.95원으로 주택용 127.02원보다 28%, 일반용 121.98원보다 25%, 교육용 115.99원보다 21%, 산업용 100.70원보다 9% 쌌다. 심지어는 국군의 113.91원보다 19.3%나 싸게 사용하고 있었다.
국군의 전기요금 판매단가를 주한미군 사용량에 적용하면, 주한미군은 2009년 85억, 2010년 87억, 2011년 42억, 2012년, 111억, 2013년 147억으로 매년 증가했고, 5년간(2009년~2013년) 총 473억원의 전기 요금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 주한미군은 1980년도부터 20년 넘게 값싼 ‘산업용’ 전기를 썼다. 이후 2002년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자, 정부와 미군은 2003년 산업용에서 현재의 ‘평균 판매단가’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용보단 약간 요금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전기요금이 자주 인상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기요금과 다른 요금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격이 싼 만큼 주한미군의 전력 사용량도 상당했다. 2013년 기준으로 주한미군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23,578kwh로 국군의 1인당 사용량 2,547kwh의 무려 9.25 배나 됐다.
정부가 내는 미군의 방위비분담금이 92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에 포함되지 않는 주한미군 전기요금까지 특혜를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주둔국의 상황은 우리 정부와 다르다. 일본의 경우 1987년 미군과 체결한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따라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방위비분담금을 내는데, 수도·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지출 역시 이 협정에 따르는 것은 우리 정부와 다른 모습이다.
독일의 경우 1951년 체결된 군대의 지위에 관한 북대서양조약 당사국들 간의 협정(NATO SOFA)과 보충협정 등에 근거해 방위비를 분담한다. 나토군인 미군이 독일에 주둔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군대를 파견한 국가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방위비의 대부분은 나토군 운영에 필요한 공동예산으로 지급된다. 독일은 주로 토지임대료 면제, 공공요금 감면 등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정도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주한미군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지원을 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도한 특혜가 되어선 안 된다. 국군 전기요금보다 훨씬 싸게 주는 것은 잘못됐다”며 “만약 우리가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더 싸게 준다면, 철저하게 방위비분담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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