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교계 원로의 평가는 냉혹했다. 지난 2월1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72)는 "교회가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나 어긋난다.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돈 선거' 파문을 지켜보면서는 "창피하고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안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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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교수는 "한기총은 개혁이 불가능하다"라고 진단한 후 "해체 운동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목사 상당수가 독재자이다.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철학회 회장, 동덕여대 총장을 역임한 손교수는 1990년대 초부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개신교인의 윤리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대표적인 개신교계 인사이다.
한기총의 금권 선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과거에도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그때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밝혀진 만큼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한다.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나서서 해체 운동을 하겠다. 우선 어느 교단이 양심적인가 지켜보려고 한다. 제대로 된 교단이라면 한기총에서 탈퇴해야 한다. 그런 후 한기총에 스스로 해체하라고 요청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도 해체하지 않으면 서명 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최근 활동가 모임에서 한기총을 해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한기총은 개신교인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신교계를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
교계 지도자의 명예욕을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문제인가? 한국 개신교는 기복 신앙이 강하다. 그런데 복이라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복이 아니다.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이 복이라고 여긴다. 그렇다 보니 목사가 명예에 집착하게 된다. 더구나 한국 정치권은 개신교계에 약하다. 개신교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하는 등 굉장한 대우를 해준다. 이것이 한국 교회 타락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교계를 대표하는 자리가 왜 필요하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는 한기총처럼 교계 전체를 대표하려는 기관이 없다. 불교도 한목소리를 내고, 천주교도 한목소리를 내는데, 개신교만 한목소리를 못 내면 손해를 보지 않느냐고 하는데, 손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신교는 핍박을 받아야 순수해진다. 지금처럼 특권을 누리면 반드시 타락하게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정치권과의 관계 정립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많은 분들이 앞으로 대통령은 개신교인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잘잘못과 관계없이 우리 정치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서 정치 권력자가 개신교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권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교회에 아무런 이익이 안 된다.
돈 문제는 교계에서 민감한 사안 가운데 하나인데, 교회가 너무 물신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돈과 하느님은 함께 섬길 수 없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다. 돈 잘 버는 사람이 복 받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돈을 버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 어긋난다. 예수님은 철저히 가난했고, 사도들도 다 가난했다.
장로를 비롯한 교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나? 돈을 많이 연보(헌금)하는 사람이 훌륭한 교인이고, 장로가 되려면 연보를 얼마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철저히 비개신교적이다. 그렇게 해서 장로가 된다면 교인들의 대표성을 지닐 수 있겠나. 또 장로로서 존경받고 권위가 서겠나. 교인들은 장로를 뽑아놓고 존경하지도 않고, 장로는 온갖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쳐서 교회에 분란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아직도 이른바 '매관매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보면 기독교가 타락했을 때 반드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한국 개신교는 내가 아는 한 가장 타락한 교회이다.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
개신교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신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성경대로 살면 신뢰도 높아진다. 우선 정직해야 한다. 거짓말을 안 해야 한다. 과장하지 말고 솔직해야 한다. 또 사치하지 말고 검소해야 한다. 교회가 휘황찬란할 필요가 있나? 가난한 이들이 들어와도 마음에 부담을 안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교회의 돈을 사회 봉사에 쓰면 왜 신뢰를 못 받겠나. 너무 간단한 것을 지금 못하고 있다.
일부 목사들로 인해 교회가 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신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격 없는 목사들로 인해 하급 종교가 되었다. 교양 수준이 형편없는 목사가 많다. 절에 가서 땅 밟기를 하지 않나, 고함을 지르지 않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상당수 목사가 독재자이다. 잘못에 대해 견제와 비판을 받지 않는다. 교인들이 진정 목사를 사랑한다면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 미리 그랬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곪지 않도록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 성문제도 목사가 너무 절대적인 위치에 있으니까 생긴다.
존경받는 목사도 많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엉터리들에 대한 미움이 더 크다. 그분들의 고결함이 도매급으로 상처를 입으니까 그렇다.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자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자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평신도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 교회가 완전히 몰락하는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서 목사들에게 압력을 넣어야 한다. 교인들이 대개 한탄만 하지 실제 행동으로 잘 나서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교회 내의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면 위축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많이 위축되어야 한다. 위축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욕을 먹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잘못을 숨겨놓을 위치에 있는가. 개신교는 현재 막강한 세력이다. 그런 집단이 우리끼리 보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말 핍박받는 소수라면 그런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장로인 현실에서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앞으로 한국 교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많은 교회에서 은혜받고 구원받는 것만 강조하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강조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진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논리적 모순이나 혼돈을 가져서는 안 된다. 윤리적인 사람이 반드시 개신교인은 아니다. 하지만 개신교인은 반드시 윤리적이어야 한다. 또 하나 많이들 착각하는 것이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라는 말씀이다. 물론 나의 원수는 용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내 이웃의 원수를 용서할 권한은 없다. 오히려 분노해야 한다. 나의 원수와 내 이웃의 원수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시사저널 안성모 기자) [편집=서울포스트]
"한국 교회는 예수를 섬기나, 아니면 돈을 섬기나"
“돈에 너무 미치지 말자. 좀 가난해도 서로 돕고 사는 게 행복하다. 이게 종교개혁 정신이다.”
손봉호(79) 고신대 석좌교수는 청교도적인 개혁파다. 동덕여대 총장 시절에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기사 딸린 대형 승용차도 타지 않았다. 더 작은 차의 운전대를 직접 잡고 다녔다. 지금도 12년 된 프라이드 승용차를 손수 운전한다.
손봉호 교수는 "종교개혁의 핵심은 성경 권위의 회복이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는 원래 신학도가 아니었다. 영문학도였다. 꿈도 영어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군대에 갔다. 경비중대의 군수물자를 지키는 부대였다. “그때가 1961년이었다. 군대에 갔더니 썩어도 너무 썩었더라. 중대장부터 이등병까지 모두가 군수물자를 빼돌리고 있었다. 내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 전에는 학교와 교회만 왔다갔다 하는 범생이였다. 세상을 너무 몰랐다.” 그때 그는 세상을 바꾸어보자고 다짐했다. 그걸 위해서는 영문학이 아니라 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에 편지를 썼다. 수신처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였다. “목사가 되려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사회변화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적었다. 자유주의 학풍으로 이름 높은 미국의 프린스턴 신학교에 맞서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보수적인 학풍으로 유명하다. 유학 갈 돈이 전혀 없던 처지의 그에게 답장이 왔다. “한국에 있는 선교사를 찾아가 면접을 보라.” 결국 학비와 생활비, 여비까지 받는 풀스칼라십을 받았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3년간 공부를 했다. 편지 한 통이 바꾼 삶이었다. 이후 지금껏 한국 사회의 개혁과 성숙을 위해서 뛰고 있다.
- 질의 :올해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루터의 정신이 뭔가.
- 응답 :“종교개혁의 핵심은 한 마디로 ‘성경 권위의 회복’이다. 중세 때 교회는 성경을 성경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 질의 :성경을 성경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면.
- 응답 :“당시 교회는 성경을 우화적으로 해석했다. 그걸 ‘알레고리컬 인터프리테이션(Allegorical interpretation)’이라고 한다. 성직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마구 집어넣어서 성경을 해석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었다. 그래서 종교개혁가들은 성경에 담긴 예수의 훼손되지 않은 본래 메시지를 찾으려 했다. 그걸 통해 성경의 권위를 회복시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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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가 독일의 비텐베르크 교회 외벽에 면죄부 판매 등에 의문을 품고서 신학적 토론을제안하는'95개 논제'를 써붙이고 있다. 로마의 교황청을 향한 일종의 대자보였다. 이로 인해 가톨릭 성직자였던 루터는 파문을 당했다.
- 질의 :지금 한국의 교회는 어떤가. 성경의 권위가 회복돼 있나.
- 응답 :“공식적인 고백으로는 그렇다. 한국 교회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정신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실제는 다르다. 한국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를 쫓고 있다.”
- 질의 :실질적인 가치가 뭔가.
- 응답 :“한국 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돈’이다. 교회가 돈을 너무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상당수 교회가 그렇다. 성경은 돈에 대한 유혹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 그 직접적인 원인이 뭔가. 결국 돈이었다.”
- 질의 :종교개혁이 돈 때문에 일어났다고 했다.
- 응답 :“그 당시 교회가 돈을 받고 면죄부(면벌부)를 팔았다. 독일 마인츠의 주교는 알브레흐트였다. 당시 곁에 있던 교구 두 자리가 비었다. 알브레흐트 주교는 교황에게 거액을 주고 두 교구를 차지했다. 대신 빚을 잔뜩 졌다. 그래서 면죄부를 만들어서 팔았다. 수입의 절반은 빚을 갚는데 썼고, 나머지 절반은 교황에게 바쳤다. 그게 면죄부 판매의 출발점이었다. 로마의 교황청은 면죄부를 판 돈으로 성 베드로 성당을 건축했다. 결국 돈 문제였다.”
손 교수는 “지금 한국 교회도 돈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예수님은 철저히 가난했다. 돈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경고를 했다. 심지어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둘 중에 하나밖에 못 섬긴다. 그게 예수님의 경고다.”
- 질의 :지금 한국 교회는 둘 중 무엇을 섬기고 있나.
- 응답 :“무엇을 섬기고 있겠나. 기독교 역사를 보라. 예배당이 커지고, 교인 수가 늘어날 때면 어김없이 돈을 중요하게 여겼다. 지금 한국 교회가 그렇다.”
손봉호 교수는 "중세에는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성직자의 개인적 생각을 집어넣어 성경을 우화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연말 발표한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가 19.7%로 가장 많이 나왔다. 개신교계 내부에서는 “드디어 개신교가 불교(15.5%)를 누르고 한국의 최대 종교가 됐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손 교수의 진단은 달랐다. 오히려 “개신교가 위기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질의 :그것이 왜 위기의 정점인가.
- 응답 :“나는 그걸 ‘성공의 실패’라고 본다. 교회는 성경의 가치를 좇아야 한다. 그런데 돈과 성공이라는 세속적 가치를 좇고 있다. 왜 그런가. 욕망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으니까. 그건 한 마디로 하급가치다. 예수님이 설한 ‘마음의 평화’나 ‘행복’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하급가치를 좇고 있으니 한국 교회가 위기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 질의 :한국 교회, 예전에는 달랐나.
- 응답 :“초기 기독교는 핍박을 받았다. 한국인도 제사 문제로 핍박받고, 일제로부터 핍박받고, 한국전쟁 때는 공산주의자한테 핍박을 받았다. 그때는 기독교인이 되면 세상 사는데 어려움이 더 컸다. 그래서 순수한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됐다. 그들의 신앙도 순수했다.”
루터가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을 놓고제기한 '95개 논제'는 당시 인쇄술 혁명에 힘입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각국의 언어로 번역됐기에 파장이 더욱 컸다. 이로 인한 논쟁은 1517년부터 5년간 계속됐다.
- 질의 :지금은 어떤가.
- 응답 :“지금은 교회에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권력도 생겼다. 이제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도 교회에 들어온다. 교회 가면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권력도 생긴다고 하니까. 교회 역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러한 방식을 쓰고 있다.”
- 질의 :그런 방식이라면 뭘 말하나.
- 응답 :“예수 믿으면 돈 잘 벌고, 출세하고, 성공한다는 식이다. 그게 ‘번영 신학(Prosperity theology)’이다. 한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신학이다.”
- 질의 :목회자들은 ‘번영 신학’을 비판하지 않나.
- 응답 :“목사들 상당수가 겉으로는 이걸 비판한다. 그런데 교회 운영에는 실질적으로 이 방식을 쓰고 있다. 한 마디로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거다. 물론 성경도 복을 말한다. 예수님도 ‘심령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복과 이 복은 완전히 다르다.”
- 질의 :예수가 말한 복, 심령이 가난한 사람의 복은 뭔가.
- 응답 :“심령이 가난할 때는 ‘나는 강하다’ ‘나는 지혜롭다’ ‘나는 많이 가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속적인 가치를 통해서는 나는 아무것도 자랑할 게 없다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평화를 체험한다. 그게 성경에서 말하는 복이다.”
손 교수는 “번영 신학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건 그리스도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성경을 수단으로 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게 중세의 기독교였다. 그래서 루터가 자의적인 성경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그 사건이 바로 종교개혁이다.”
손봉호 교수는 "팔보다 긴 젓가락으로 상대방에게 음식을 먹이는 사회. 서로 떠먹여 주는 사회가 천국이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 말끝에 손 교수는 천국과 지옥을 예로 들었다. “흔히 듣는 이야기다. 천국과 지옥의 젓가락은 사람의 팔보다 길다. 지옥에 가면 자기 입에만 음식을 넣으려 하다가 다들 쫄쫄 굶고 있다. 천국에 가면 서로 먹여주니까 잘 산다. 그러니 이상적인 사회가 뭔가. 서로 떠먹여 주는 사회다. 그게 우리 기독교가 추구하는 천국이다.”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은 자본주의의 모태였다. 루터와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은 ‘노동’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노동을 많이 하면 생산을 많이 한다. 그럼 자기가 먹고 남는 게 생긴다. 종교개혁가들은 그걸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라고 했다. 루터는 ‘우리가 열심히 노동하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라 했고, 칼뱅도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부자로 만든 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그 전통이 서구에는 지금도 남아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 복지가 발달한 건 루터의 영향이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기부 문화가 있다. 부자들이 기부를 엄청나게 많이 한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그런 정신을 상실했다. 돈 버는 것은 관심이 많지만, 나누는 것은 굉장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질의 :루터는 ‘만인제사장’을 주창했다. 무슨 뜻인가.
- 응답 :“중세 때는 가톨릭 신부만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섬겼다. 루터와 칼뱅은 이걸 지적했다. 성직자를 거치지 않고도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섬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루터의 ‘만인제사장’이 오히려 한국 교회를 겨눈다.”
- 질의 :왜 한국 교회를 겨누나.
- 응답 :“한국 교회에는 마치 목사만 하나님을 섬기는 듯한 풍토가 있다. 중세의 성직자처럼 말이다.”
루터가 95개 논제를 써붙인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의 철문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촉발된 시발점이다.
손 교수는 일화를 하나 꺼냈다. “중세 때 신을 깁는 사람이 있었다. 왕이 길을 가다가 신 깁는 사람에게 간섭을 했다. 그러자 신 깁는 사람이 말했다. ‘신을 깁는 건 제 일입니다. 당신은 나라나 잘 다스리십시오.’ 무슨 뜻이겠나. 신을 깁는 일도 하나님 일이라는 말이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게 하나님 일인 것처럼. 그게 루터의 ‘만인제사장’에 담긴 깊은 뜻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 목회자만 그런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끊이지 않는 ‘한국 교회의 세습 문제’를 지적했다. “세습이 왜 큰 교회에서만 생기는지 아느냐?”고 되물은 뒤 입을 뗐다. “아주 작은 교회, 헌금이 안 나오고, 이익이 없는 교회는 세습을 안 한다. 그것만 봐도 세습의 이유가 빤히 보인다. 결국 돈과 영향력 때문이다. 그런 세속적인 가치 때문에 교회를 세습한다. 일부 큰 교회가 야기하는 세습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 형성에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긴다.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짓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손봉호 교수=1938년 경북 포항 출생.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석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 석ㆍ박사. 한국 외국어대 화란어과 및 철학과 교수와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를 거쳐 동덕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기아대책 이사장, 고신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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