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법인카드로 3.5억 즐긴 복지부 고위직 구속
최민지 기자 입력 2018.05.29. 12:00 수정 2018.05.29. 12:04
정부 지원사업 정보를 흘리는 대가로 병원 법인카드를 받아 유흥업소과 골프장 등에서 3억5000만원을 쓴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이 구속됐다. 카드를 준 병원장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보건복지부 국장급 공무원(고위공무원단 나급) 허모씨(56)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허씨는 가천길병원 측에 '연구중심병원' 사업 관련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3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에 재직하면서 길병원 측에 사업 계획과 법안 통과 여부, 예산, 선정병원 수 등의 정보를 흘렸다. 이후 가천길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약 50억원의 나랏돈을 지원받았다.
허씨는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골프, 향응접대를 받다가 2013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길병원 명의의 카드 8개를 건네받아 사용했다. 허씨가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용한 금액은 3억5000만원이다.
카드 사용처는 주로 스포츠클럽이나 마사지샵(5507만원)·골프장(4165만원)·서울 강남 등 유흥주점(2949만원)·명품이나 면세품 구매(2445만원)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명의로 등록했던 스포츠클럽 회원 명의를 변경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법인카드 사용은 허씨가 직접 요구한 것이다. 뇌물공여자인 가천길병원 인천병원장 이모씨(66)는 경찰 조사에서 "연구중심병원 선정 계획이 진행되면서 허씨가 법인카드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 병원장은 업무상 배임·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돼 비서실장 김모씨(47)와 함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허씨는 카드 사용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뇌물이 아니라 길병원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해 추천해 달라고 해 관련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카드 사용에 윗선이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길여 길재단 이사장도 한 차례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이사장이 '이 병원장이 법인 카드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허씨 뇌물 건과 별도로 가천길병원의 정치인 불법 후원 사실도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병원장 이씨와 비서실장 김씨는 병원 법인 돈(가지급금)으로 지역구와 상임위 국회 의원들을 불법 후원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길재단 직원과 가족들의 명의로 국회의원 15명 후원 계좌에 총 46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은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다.
다만 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장 이씨는 '가천길병원 60주년 행사에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면 후원 사실을 말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며 "본건 수사로 행사가 취소됐고 의원들이 불법 후원을 인지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없어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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